목록긴 이야기 (5)
먼지나는 잡동사니 상자
주택가에서 떨어져있는 산중턱 외딴집 종호네. 제일 먼저 일어난 종호는 아침밥을 대신할 대추차 끓이는 일로 하루를 연다. 종호가 새벽같이 일어나는 이유는 막노동 일을 나가는 아빠를 빈속으로 보낼 수가 없어서이다. 언니와 키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혜진이, 덩치만 컸지 아직은 엄마의 도움이 간절한 나이다. 벌써 5년째, 종호는 동생들에게 엄마 노릇을 하고 있다. 5년 전, 엄마는 세남매를 남겨 두고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엄마는 아빠가 모르는 2천만원의 빚을 남겨 두고 떠났다. 아빠는 꼬박 2년을 술로 보냈지만 어린 세남매 때문에 겨우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닥치는 대로 막노동 일을 했다. 그런데 요즘은 일감이 절반으로 줄었다. 아빠는 올 겨울에만도 열 번이 넘는 실직을 당했다. (이자가 원금을 넘어선 상황)..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 100퍼센트의 상대자를 원하며, 상대자의 100퍼센트가 된다는 것은 그 얼마나 멋진 일인가.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하루주쿠의 뒤안길에는 나는 100퍼센트의 여자아이와 엇갈린다. 솔직히 말해 그다지 예쁜 여자아이는 아니다. 눈에 띄는 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멋진 옷을 입고 있는 것도 아니다. 머리카락 뒤쪽에는 나 쁜 잠버릇이 끈질기게 달라붙어 있고, 나이도 적지 않다. 벌써 서른 살 에 가까울 테니까, 엄밀히 말하면 여자아이라고 할 수도 없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50미터 떨어진 곳에서부터 그녀를 알아볼 정도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모습을 목격하는 순간부터 내 가슴은 땅울림처럼 ..
100만 번이나 산 고양이 - 사노 요코- 백만 년이나 죽지 않은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백만 번이나 죽고 백만 번이나 살았던 것이죠. 정말 멋진 얼룩 고양이였습니다.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를 귀여워했고,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가 죽었을 때 울었습니다. 고양이는 단 한 번도 울지 않았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임금님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임금님을 싫어했습니다. 임금님은 싸움 솜씨가 뛰어나 늘 전쟁을 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를 멋진 바구니에 담아 전쟁터에 데리고 다녔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날아온 화살에 맞아 죽고 말았습니다. 임금님은 전쟁이 한창인데도 고양이를 껴안고 울었습니다. 임금님은 전쟁을 그만두고 성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성의 정원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뱃사공의 고..